본문 바로가기
부산경남 지역

영축산 함박봉

by 백산_운해 2023. 8. 26.
728x90

영축산 - 함박봉

 

구간 : 지산마을 - 영축산 - 함박재 - 백운암 - 지산마을

 

 

시간대별 진행

 

09:30  지산마을

10:40  산불감시초소

11:30  영축산 정상

12:00  점심식사(30분)

13:08  함박재

13:37  백운암

14:17  극락암

15:10  지산마을

 

 

영축산 산행후기 

 

가을 단풍은 구월이면 설악산에서 물들기 시작하여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시월에는 전국을 불태우다가 남쪽의 땅끝마을이나 남쪽섬에는 11월까지도 늦가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십이월이 되면 가을의 서정도 찾아보기 어렵고 그렇다고 눈 산행을 즐길 만큼 눈 샇인 산을 찾기도 쉽지않다.

이럴 땐 부산의 근교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는 산군들을 찾는 것도 좋다.

거리가 가까워서 한 시간 정도면 웬만한 산행지는 접근이 가능하고 산이 높고 거칠어 산악미를 만끽할 수 있어서 산행의 묘미를 맘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악회의 정기산행이 없는 날이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혼자서 집을 나섰다.

평소에 유명산, 정상 오르기 위주로 산행을 계획하여 신불산과 영축산을 연계하여 산행을 하다보니 좀처럼 걸어볼 기회가 없는 함박봉, 시살등, 염수봉까지 걸어보겠노라고 생각을 하고 집을 나섰다.

이 코스는 산악회에서 영남알프스 환종주를 할 때 걸어본 산길이지만 혼자서 여유있게 걸어볼 생각에 가슴이 설레이며 지산마을에서 영축산까지 단숨에 올랐다.

 

주능선에 올라서니 신불재와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산길과 억새사이로 산 아래에선 보이지 않던 눈이 제법 쌓여 있다.

발길을 재촉하여 영축산 정상에 서니 변함없는 커다란 정상석이 버티고 서 있는데, 사진 찍어달라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다.

혼자 걷는다는 것이 이것저것 생각도 많이 하고 참 좋은 시간이라 여기고 나섰는데 사진한장 찍어줄 사람마저 없으니 허전하기도 하다.

정상석을 스치는 매서운 바람이 땀에 젖은 자켓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매번 올 때마다 영축산 정상에 도착하면 되돌아 통도사나 지산마을, 아니면 배내골 방향으로 하산하였기에 오늘은 지금부터가 진짜 산행이라 여기고 함박봉 방향으로 출발을 하였다.

응달쪽에는 그래도 눈이 제법 쌓여 있어서 겨울산행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해발 천미터가 넘는 능선길은 얼어붙은 눈위로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냉기가 자켓을 파고들었지만 등산로가 동쪽으로 움푹 내려간 양지쪽에선 바람 한점 없이 포근하기에 여기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다.

준비해 간 도시락을 꺼내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한잔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머리위로는 매서운 바람소리가 윙윙거리지만 오히려 따뜻한 느낌의 이 곳에서의 여유로운 휴식은 고난 중의 안식이라고나 할까?

돌이켜보니 나의 젊은 시절은 힘들었던 가운데도 보람이 있었고, 죽을 것처럼 힘들다 싶으면 또 좋은 일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인생은 싸인곡선이라는 말을 믿었다.

좋은 일이 있으면 기쁨 뒤로 닥쳐올 나쁜 일을 걱정하였고, 나쁜 일이 있으면 곧 이어질 좋은 일이 생길 징조로 여기며 버티어 낼 수가 있었다.

지나고 보니 인생사가 실제로 그랬다.

때로는 나쁜 일이 두 번씩 세 번씩 겹칠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더 좋은 일이 있어서 보상을 해 주었다.

 

짐을 챙겨서 다시 능선 위로 올라서니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찌른다.

한참을 무심으로 걷는데 하얗게 쌓인 눈길에 털이 하얀 개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온다.

누가 이런 높은 산까지 강아지를 데리고 왔을까 생각하는데 강아지가 나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는데 동행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다리며 입주변에 심하게 오염된 털이 얼어 붙었고 며칠을 산에서 헤맸는지 꼴이 말이 아니다.

도시락에 남아있을 밥을 생각하고선 배낭을 벗는데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서 달아나 버린다.

보온도시락을 꺼내 들고 밥 먹어라며 따라가 보는데 어디로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도시락을 든 채 한참을 걷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강아지는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올라와서 이 추운 겨울날 무엇을 찾으러 다니는 것일까?

무슨 이유로 해발 천미터가 넘는 이 산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일까?

어쩌다가 너와 내가 여기서 마주쳤을까?

그럼 나는 왜 여기에서 혼자서 헤매고 있을까?

 

평탄한 능선길이 끝나고 급경사 내리막길이 시작되니 상당히 미끄러운데, 머릿속에는 산 속을 헤매고 있을 강아지만 생각만 맴돌고 있었다.

함박재 갈림길에 도착하니 갑자기 산을 내려가고 싶어진다.

아침에 나올 때는 염수봉까지 가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백운암 양지바른 마루에서 좀 쉬었다 갈까 생각을 했지만 발걸음은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산신각 옆에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는데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영축산과 백운암은 아주 오래전부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이제 참 좋은 인연 만들어 가요

 

 

 

산행사진 

 

728x90

'부산경남 지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대원사 계곡 트레킹  (0) 2023.09.06
남덕유산(육십령-황점)  (0) 2023.08.30
감암산 (병바위 릿지)  (0) 2023.08.23
함양 영취산  (0) 2023.08.18
미타산 산행 및 의령 부자길 탐방  (0) 2019.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