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선계곡 (여름)
일시 : 2009. 7. 27
코스 : 추성 - 두지동 - 출렁다리 - 옛칠선동마을터 - 선녀탕 - 옥녀탕 - 비선담 -> 하산 추성 - 용소
시간대별 진행
11:30 추성리주차장 출발
11:50 두지동마을 도착
12:35 선녀탕
13:00 비선담(중식 및 휴식)
13:35 출발준비
13:45 통제소 도착
15:30 추성리마을
15:40 용소(휴식)
16:16 추성리 주차장(하산완료)
에필로그
백산산악회가 청량산을 가는 동안 근무때문에 속만 태웠던 나는 월요일 아침에 지리산 칠선계곡으로 나섰다.
10년동안의 휴식년제를 끝내고 마침내 세상에 공개된 칠선계곡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생각보다 계곡까지 접근로가 멀고 완전개방이 아닌 일부개방이어서 미개방지의 궁금증만 키우고 하산하였다.
* 블로그 서비스 중단으로 옮겨온 글입니다.
산행사진
추성리 주차장에 내리자 마을앞 계곡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다.
주차장 마당 끝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은 모두 계곡으로 넘어가버리고 산행을 하겠다는 사람은 대여섯명이 모여서 서성이고 있다.
계곡이 좋아서 산행은 뒷전이고 계곡물에 바로 빠져 버렸나??
한분이 앞장서서 올라가길래 따라 붙었더니 뒤에 여섯사람이 따라온다,,,,합이 여덟명,,,ㅜ
등산로는 그 멋진 계곡을 버리고 양지쪽 산비탈로 올라간다.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고개를 넘어니 두지동 마을이다. 두지란 뒤주의 잘못된 표기로 한자를 빌려서 표기한 것이라는데, 아마도 사방이 산이높아 뒤주안에 들어간것 같이 하늘만 빼꼼히 보이는 마을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등산로는 두지마을을 지나면 드디어 계곡으로 접근하지만 출렁다리를 건너고 또 곧장 계곡과 멀어진다.
출발지점이던 추성리 마을에서 잠시보았던 계곡이 역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한바탕 땀을 뺀 뒤라서 그런지 더욱 시원하게 보이고, 실제로도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금방 땀이 식는다.
등산로는 산의 허리를 감고 올라간다. 계곡이 워낙 험준하여 접근하지 못하고 우렁찬 물소리만 들리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채 계속 올라간다. 한참을 오르는데 돌담과 감나무 등 마을의 흔적이 남아있다.
아마도 이곳이 옛칠선동 마을터인가 보다. 표지도 설명도 보이진 않지만,,,,,
좋은 계곡 구경도 못하도록 등산로를 만든 관리공단을 비난하면서 얼마를 올랐을까...
다시 물소리가 커지면서 계곡으로 접근하는데 다리에 올라선 순간 아!!~하는 감탄이 저절로 터진다,
여기가 바로 선녀탕이다.
저 바위 뒤쪽에서 선녀가 보일듯 말듯,,
이 사진은 선녀탕 바로 위쪽에 위치한 옥녀탕..
이렇게 푸르고 빙빙 돌아가는 물이라면 선녀고 옥녀고,,, 목욕하기엔 너무 깊지 않을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담과 소,,,그리고 폭포,,,
다른 계곡에 있었다면 아마도 최고의 이름이 붙었을텐데 칠선계곡에선 너무 흔해빠진 무명 담이고 무명소일뿐,,,
거추장스러운것 모두 벗어 던져버리고 이 물에 풍덩 빠져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드디어 비선담이다.
비선담의 물빛은 바로 이색깔이다..
이 물에 목욕을하면 피부도 옥색으로 물들지 않을까...
선녀탕에서 옥녀탕, 그리고 비선담까지 그 짧은 거리를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얼마나 노닥거렸는지...
비선담 출렁다리를 건너가니 산행내내 따라오지 못하던 일행들이 벌써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손을 흔든다.
여덟명이 출발해서 한사람은 돌아내려가고, 일곱사람..
비선담 출렁다리옆에 위치한 통제소엔 사람도 안보이고,,,
등산로도 뚜렷하니 사람도 많이 다닌듯하고 해서 아름다운 칠선계곡을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며 출발한다.
10여분 올랐으려나??
등산로는 여기서 막혀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 두사람이 등산로 폐쇄 안내를 하고 있다.
되돌아 내려오면서 시계를 보니 여유좀 부려도 될 것 같다.
혼자서 유유히 다니면서 계곡 구석구석 사진도 찍고, 맑은 물에 발도 담가 본다.
일행들은 모두 내려가고 나혼자 바위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도 많다....
10년동안 휴식년제를 거쳐 금년도 개방된 칠선계곡,,, 가는 곳마다 원시림의 모습 그대로이다.
삶의 고달픔인가?
치열했던 삶을 이겨낸 영광의 상처인가 ?
세상의 모든것을 쓸어버릴 듯이 계곡 가득 흘려내리던 홍수에도 거뜬히 버티었을 이 나무들의 상처를 보라,,
삶의 치열함인가?
고요하고 평온한 계곡의 숲에서도 얽히고 설킨 실타래처럼 삶은 치열한 것이다.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은 것이나,,,,
폭우가 내리고 사흘이 지나면 계곡은 고요하고 평온을 찾는다.
물은 물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수백년 전에도 아니 수천년 전에도,,,
아니 수만년 전에도 이모습 이대로 여기에,,,,
물은 흘러가고 세월도 흘러가고
앞으로도 영원히 반복되겠지만,,,
오늘은 햋볕이 내리쬐고, 물소리, 산새소리는 여전한데,,,
나 여기에 앉아 있노라.
우거진 숲도
숲속의 산새도 잠자리도
지금은 모두 나의 것
아니 내가 칠선계곡의 그 많은 것들 중의 하나...
그러니 나는 칠선계곡,,,
칠선계곡의 아름다운 담도 소도 나무도 바위도,,,
모두 내 것 이로구나.
이 순간 만큼은,,,,
다시 두지동 마을에 도착하니 나무에 열린 열매가 궁금하여 찻집에 들러 물어보니 호두나무라 한다.
아하~~호두나무였구나...
겹겹이 쌓아올린 칠선계곡
저멀리 천왕봉이 구름속에 숨어있다.
칠선계곡 등산로는 계곡을 우회하여 고개를 넘어가도록 되어 있지만
추성리마을까지 하산하여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전설이 서려있는 용소가 있다.
깍아지른 절벽아래로 폭포가되어 흐르는 물이 굉음을 내며 빙빙 돌아가는데,,,,
지나가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ㅡ,,,
푸르다 못해 검푸른 물과 떨어지는 물줄기의 하얀 포말은 그야말로 금방이라도 용이 머리를 흔들며 뛰어 나올듯 하다.
옛날 인근 지역주민들이 기우제를 지낼때 이곳에다 돼지를 바쳤다는 이야기도 있고,,,,
용소 바로 아래 위치한 개울 가운데 큰바위
바위위에 소나무가 참 기이하다.
추성리 주차장앞 계곡에 도착하니 피서를 즐기는 몇몇사람들이 보이고
산행마저도 포기하고 계곡에 눌러 앉은 사람들은 아예 속세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가?
칠선동계곡 비선담 까지의 등산로는 계곡(개울)을 벗어난 구간이 대부분이고 선녀탕을 지나서 비선담까지의 구간만 계곡의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오르면서 등산로를 계곡과 너무 떨어지게 개설하여 계곡미를 즐기수 없다며 관리공단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땀을 흘리며 고개도 넘고 하였기에 계곡의 시원함은 더 좋았던 것 아닐까
선녀탕과 옥녀탕, 비선담도 좋았지만 이름붙여지지 아니한 그어느 곳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계곡내내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는 것은 크고 작은 폭포가 연이어 있다는 뜻이고, 폭포아래에는 소와 담이 있고,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발 붙이기 어렵기 때문에 등산로가 멀리 우회된 것이리라.
개울에 물이 줄어드는 봄 가을에는 매주 두번 40명씩 신청을 받아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안내산행을 시행한다고 한다.
다음 기회엔 꼭 천왕봉까지 올라 칠선계곡의 나머지 비경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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